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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4대보험 가입 안 하는 거야, 가능?

[혼돈의 직장생활] 직원이 "4대보험 가입하지 말아줘요" 서약하면 가능?

2023. 03. 29 (수)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도마에 올랐던 서류가 있습니다. 바로 '4대보험 미가입 요청서(서약서)'인데요. 서류를 보면 4대보험이 무엇인지, 가입했을 때 좋은 점이 뭔지, 보험료율은 얼마인지 아주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의무'가입이라는 사실도 법대로 잘 공지돼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 서약 내용들이었습니다.

"본인은 상기 4대보험 관련 주요한 권리와 의무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으며, 근로자 본인의 개인사정으로 4대보험 가입 및 국세청 근로소득신고를 할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된 사업주의 의무를 이행할 수 없음은 근로자의 개인적인 사정에 기인한 것이므로 본인은 이와 관련하여 사업주를 상대로 민사상 제소, 형사상 고소·고발 및 행정상 진정·소송 등 어떠한 청구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본인이 이와 관련한 이의제기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 본인은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습니다."

근로자가 요청해서 제출하는 형식으로 꾸며진 이 서류는 위와 같은 문구와 함께 "본 서약서는 근로자의 진정한 의사표시이며, 착오 또는 사기와 강박 등이 전혀 없이 평온하게 서약함을 확인합니다"며 재차 근로자의 의사임을 못박습니다. 

그런데 이 4대 보험, 근로자가 '평온하게' 서약하면 안 들어도 되는걸까요? <컴퍼니 타임스>가 확인했습니다.
◇ 4대 보험이란?…고용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4대 보험이란 고용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을 뜻합니다. 사회적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것들인데요. ① 국민연금은 노후를 대비해서, ② 건강보험은 아플 때를 대비해서, ③ 고용보험은 실직했을 때를 대비해서, ④ 산재보험은 일하다 다쳤을 때를 대비해서 필요합니다. 각각 국민연금법, 국민건강보험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에 해당 내용이 규정돼 있습니다. 

근로자가 입사하면, 회사는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은 입사월의 다음달 15일까지, 건강보험은 입사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신고를 해야 해요. 

보험료는 대체로 월급여에서 비과세 항목을 뺀 액수를 기준으로 합니다. 2023년 기준 국민연금은 4.5%씩(총 9%), 건강보험은 3.545%씩(총 7.09%), 고용보험은 0.9%씩(총 1.8%) 근로자와 사업주가 반씩 나눠 냅니다.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다 내는데 업종에 따라 보험료율이 다릅니다. 추가로 장기요양보험료(건강보험료의 50%씩 사업주와 가입자가 각각 부담)도 있습니다.
 
◇ 가입 안 하려는 이유…덜 내고, 더 받으려고

4대 보험 가입은 회사가 선택할 수 없어요. 법이 정한 '예외 사례' 빼고는 '무조건' 가입해야 해요. ▲국민연금은 1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국민연금법 제8조), 건강보험은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 및 사용자(건강보험법 제6조 제2항), ▲고용보험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및 사업장(고용보험법 제8조), ▲산재보험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조)은 가입해야 한다고 법으로 딱 정해놨어요.  

4대 보험을 가입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역시 돈 때문이죠. 보험료를 내지 않으니 사업주는 나갈 돈이 줄고, 근로자는 당장 급여를 한 푼이라도 더 받게 됩니다. 그래서 4대 보험을 피하려고 정식 고용을 하지 않고 프리랜서(사업자) 계약을 하고 3.3%의 세금만 공제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합니다. 

누가 봐도 근로자인데, 허위로 신고하거나 신고조차 하지 않으면 불법입니다.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근로기준법 제2조)을 말하는데요. 근로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계약서'가 아니라 실제 어떻게 일하고 있느냐에요. 어려운 말로 '근로자성'이라고 하는데요. 

우리 법은 근로 계약 형태 뿐 아니라 사업주의 지휘·감독을 받고 일하는지, 근무장소나 시간에 제한을 받는지, 취업규칙 등이 적용되는지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 근로자인지 판단해요. 대등한 관계로 의뢰받아서 용역 계약을 하는 게 아닌, 사장님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흔히 떠올리는 직장인은, 아무리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라고 주장해도 근로자인거죠. 
◇ 미가입 서약서에 서명하면 어떻게 될까?…불법이어도 계약 무효인지는 별개

서약서를 다시 봅시다. 근로자가 '평온'하게 4대보험 미가입을 요청하는 서약서를 작성했다면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괜찮은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4대보험 미가입은 여전히 불법입니다. 근로자가 '평온'하게 요청했어도 안 돼요. 현재 4대보험과 관련해서는 과태료 규정만 있는데요. 근로복지공단에서 미신고 혹은 허위신고한 것을 발견하면 소급해서 강제 가입시킬 수 있고요. 

'서약서(계약서)'가 효력이 있는지는 좀 따져봐야 하는데요. 계약(서약서)을 했어도, 내용에 따라 무효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내용"이라면 계약을 했어도 법적 효력이 없어요.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4대 보험 미가입 서약서는 무효'라고 딱 정해둔 법이 있는 것은 아니니, 이 경우 문제가 되면 결국 판단은 법원이 할 일입니다. 이 서약서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한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계약서는 무효가 되는거죠. 

이 서약서가 재미(?)있는 점은 작성자가 꽤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는 건데요. 서약서에 "본 서약서는 근로자의 진정한 의사표시이며, 착오 또는 사기강박 등이 전혀 없이 평온하게 서약함을 확인합니다"라는 내용이 있어요. 민법 제109조와 제110조, 즉 서약서가 착오나 사기, 강박에 의해 작성됐다면 취소할 수 있는데, 이 점을 고려해 문구를 넣은 것으로 보여요. 
 
민법 제109조 ①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
민법 제110조(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근로자가 계약이 무효임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서 "착오 또는 사기와 강박 등이 전혀 없이" 서약했다는 걸 증빙하는 서류에 서명하게 해서 민법 제109조와 제110조 적용을 어렵게 만든 겁니다. 관련 주장을 하지 못하도록요.

또 "본인이 이와 관련한 이의제기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 본인은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는 것으로 볼 때 불법 행위가 적발돼서 과태료 처분을 받거나 4대보험료를 소급해서 내야하는 상황이 생기면, 이 서약서를 근거로 근로자에게 해당 비용을 청구할 생각도 있었던 것 같고요. 

하지만, 실제 소송으로 갔을 때 법원이 회사 생각대로 손해배상 청구까지 받아줄지는, 글쎄요. 법원에서 실제 판단이 나와야 알 일이겠죠. 법률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회사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한다고 해도, 이를 법원이 받아주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어요. "근로자가 소송이나 신고 등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제3자가 신고할 수도 있는 사항이라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었고요.  
◇ 4대보험 가입 안 하거나, 허위 신고하면?…추징, 과태료, 지원대상 제외 등

4대보험 가입 안하면 어떻게 될까요? 종종 4대보험이 가입된 줄 알고 일했는데, 나중에 퇴사할 때보니 가입이 안 돼있던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근로자는 실직하거나 계약기간이 종료돼도 고용보험에 가입돼있지 않아서 실업급여라는 사회 안전망 없이 버텨야 해요. 만약 일하다가 다쳐도 회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고요. 당장 생존이 위험해질 수 있어요. 그래서 법으로 사업주가 가입하도록 강제한 건데요.

근로자가 퇴사 후 회사가 가입해주지 않았다고 노동청에 신고하거나, 동의했지만 변심해서 신고했거나,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갔다가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3.3% 원천징수만 한 경우)인 것을 발견해서 발각되는 경우 등이 있는데요. 모두 처벌 대상입니다. 

가장 먼저 그동안 내야했던 기간 동안 미납한 4대보험료를 모두 소급해서 내야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취득 신고 지연에 대한 과태료도 내야 합니다. 국민연금(국민연금법 제131조 제1항)은 50만 원 이하, 건강보험(국민건강보험법 제119조)은 500만 원 이하, 고용보험(고용보험법 제118조)은 300만 원 이하, 산재보험(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50조)은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법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1차위반 이후 계속 신고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2차, 3차 이상까지 액수가 각각 순차적으로 늘어납니다. 국민연금은 17만원▶33만원▶50만원, 건강보험은 150만원▶300만원▶500만원을, 산재보험은 100만원▶200만원▶300만원을, 고용보험은 미신고시 피보험자 1명당 3만원(1~3차 이상 위반 동일), 허위신고시 피보험자 1명당 5만원▶8만원▶10만원을 과태료로 내야 합니다.  

각종 정부 지원대상에서도 제외됩니다. 4대보험에 가입하면 대표적으로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일자리 안정자금 등 각종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두루누리 사회보험료는 10명 미만 일하는 사업장에서 월급을 220만 원 미만 받고, 새롭게 가입한 경우 최대 3년까지 지원됩니다.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을 각 80%까지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두 보험은 각각 10%만 내면 됩니다.

일자리 안정자금의 경우 아직 2023년 사업 계획이 발표된 건 없지만, 2022년에 시행됐던 내용을 보면 월 평균 급여 230만 원 이하(일용직 10만5600원 이하)를 고용한 경우, 1인당 월 3만 원까지 지원됐습니다. 
◇ 4대보험 가입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타 공적연금 가입자 등

앞서, 4대보험에도 가입 예외조항이 있다고 했는데요. 각 보험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아래와 같습니다.

국민연금(국민연금법 제8조)은 먼저 적용대상이지만, 본인이 원하면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18세 미만 근로자 ▲의료, 생계급여 수급자입니다.

'사업장가입자'로 가입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60세 이상 ▲타 공적연금 가입(공무원, 사립학교 직원, 군인 등) ▲일용직 근로자(1개월 이상 일하는 경우는 제외) ▲1개월 미만 기한 동안 일하는 근로자▲월 60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단, 희망시 혹은 3개월 이상 계속 근로하는한 경우 가입 대상) 등의 경우는 '지역가입자'가 됩니다.

건강보험(국민건강보험법 제6조)은 ▲비상근 근로자 ▲한달 미만 고용되는 일용직 ▲월 60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 ▲시간제 공무원 및 교직원 ▲소재지가 일정하지 않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과 대표 ▲의료급여 수급자 등의 경우 직장가입자가 아닌 지역가입자로 가입됩니다. 지역가입자가 되면 사업주와 절반씩 나눠내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전액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커지기도 합니다.

고용보험(고용보험법 제8조)은 ▲농업,임업,어업(법인 아닌 경우, 상시 근로자 4명 이하) ▲65세 이후 고용된 경우▲월 60시간 미만 일하는 근로자, 1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단, 3개월 이상 계속 근로하거나, 1개월 미만 고용된 일용직은 의무가입 대상) ▲공무원(별정직/계약직은 임의가입 가능) ▲사학연금 적용받는 경우(사립학교직원 등) ▲외국인(거주(F-2), 영주(F-5), 결혼이민(F-6)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 공무원이나 사학연금(사립학교 직원 등)을 적용받는 경우 등은 가입에서 제외됩니다.

산재보험(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조) 은 공무원, 군인, 선원, 사립학교 교직원 등 각 보상법에 따라 재해보상을 받는 경우만 제외됩니다. 즉,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한 근로자(=근로자성)라면, 사업주는 산재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이주경 변호사/안시은 기자 [email protected]